미시경제학의 성격과 접근(모형화)
경제학은 '좋다/나쁘다'를 주장하기 전에, 먼저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를 설명하려 합니다. 이번 주에는 가정, 변수, 인과관계, 그리고 ceteris paribus(다른 조건 불변)의 의미를 배우며, 미시경제학이 현실을 다루는 방식(모형화)을 익힙니다.
💡 현실 이슈로 시작하기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줄인다" — 사실인가, 주장인가?
2025년 최저임금 협상 과정에서 노동계는 "인상이 생활수준을 높인다"고 주장하고, 경영계는 "인상이 일자리를 없앤다"고 맞섰습니다. 언론 보도와 SNS에서는 두 주장 모두 마치 '확실한 사실'인 것처럼 다뤄졌습니다.
그런데 잠깐, 이 두 주장은 같은 종류의 이야기인가요? 하나는 실증(사실 관계)이고 하나는 규범(가치 판단)일 수 있습니다. 미시경제학자는 이 두 층위를 엄격히 구분하고 분석합니다.
📖 직관적 이론 설명
실증/규범 구분: J. N. 케인스(1891) → 밀턴 프리드먼(1953)
존 네빌 케인스(John Neville Keynes, 1852–1949)(유명한 케인스의 아버지)가 1891년 《경제학의 범위와 방법》에서 '존재(is)'와 '당위(ought)'를 구분하는 경제학의 이분법을 처음 정식화했습니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노벨경제학상 1976)이 1953년 《실증경제학의 방법론》에서 "경제 이론은 예측 정확성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실증경제학의 위상을 확립했습니다.
1970년대 미국 휘발유 가격 상한의 실패
1973년 오일쇼크 이후 미국 정부는 주유소 휘발유 가격에 상한을 설정했습니다. 규범적 목표: 서민 보호. 그러나 실증적 결과는 달랐습니다. 공급이 줄고 초과수요가 생겨 주유소 앞에 수 킬로미터 줄이 섰고, 홀짝제(홀짝 번호판), 암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레이건 행정부가 1981년 규제를 폐지하자 시장은 즉시 정상화되었습니다. 실증 분석을 무시한 규범적 목표 추구의 대표적 정책 실패 사례입니다.
교수님 한마디: 뉴스를 볼 때 "이 주장은 데이터로 검증 가능한가, 아니면 가치관의 문제인가?"를 묻는 습관을 들이세요. 경제학자가 되는 첫 걸음입니다.
여러분, 이번 주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일상에서 듣는 경제 주장들은 사실과 의견이 뒤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학자가 되기 위한 첫 번째 훈련은 바로 이 둘을 분리하는 것입니다.
실증(Positive): "~이다", "~이면 ~된다" — 사실을 기술하거나 인과관계를 설명. 데이터로 검증 가능.
규범(Normative): "~해야 한다", "~이 좋다/나쁘다" — 가치 판단이 포함. 검증보다는 가치관의 문제.
예: "최저임금이 오르면 저숙련 노동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 실증. "최저임금은 반드시 올려야 한다" → 규범.
모형화(modeling)는 복잡한 현실에서 핵심 변수만 남기는 과정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원칙이 ceteris paribus(다른 조건 불변)입니다. 커피 가격이 오를 때 수요량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보려면, 소득이나 대체재 가격 같은 다른 요인들을 '고정'해야 인과관계가 명확해집니다. 현실에서는 동시에 여러 요인이 바뀌기 때문에, 모형은 하나씩 분리해서 분석합니다.
또한 경제학 모형이 종종 '인간은 합리적'이라고 가정하는 이유를 오해하면 안 됩니다. 이 가정은 "모든 사람이 항상 완벽하게 계산한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들은 유인(incentive)에 반응한다"는 의미입니다. 가격이 오르면 더 적게 사고, 보상이 커지면 더 열심히 하는 경향 — 이것이 합리성 가정의 핵심입니다.
🔢 개념 요약
외생변수(exogenous): 모형 밖에서 주어지는 변수 (예: 소득, 기술 수준)
내생변수(endogenous): 모형이 설명하는 변수 (예: 가격, 거래량)
ceteris paribus: 한 변수의 효과 분석 시 다른 변수 고정
가정(assumption): 모형을 단순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채택하는 전제
좋은 모형 ≠ 현실과 똑같은 모형. 좋은 모형 = 핵심 메커니즘을 정확히 포착하는 모형.
📡 현실 해석 역량 강화
모형은 강력하지만 맹목적으로 믿어서는 안 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대부분의 경제 모형이 예측하지 못한 것은 모형이 금융 부문의 리스크 전파와 동물적 본능(animal spirits)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행동경제학이 '합리적 인간' 가정을 완화해 실제 의사결정을 더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모형을 배우는 것과 함께 모형의 한계를 아는 것 — 이것이 경제학적 사고의 진수입니다. 특히 2025년 미·중 통상갈등처럼 정치·지정학 변수가 개입하는 상황에서는 순수 경제 모형만으로 현실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 이번 주의 키워드
사실을 설명하는 주장(실증)과 가치판단을 포함한 주장(규범)의 구분.
한 변수의 효과를 보기 위해 다른 요인을 고정하는 분석 관습.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유인'—가격, 보상, 규칙 변화 등.
정부가 택시요금을 인상하면 '택시기사에게만 좋다'는 말이 흔합니다. 이 문장은 실증일까요, 규범일까요? 실증이라면 어떤 데이터를 확인해야 하고, 규범이라면 어떤 가치판단이 숨어 있나요?
힌트: 실증/규범 구분, 후생(누구에게 얼마나), 형평성 기준, 외부효과/혼잡 등
다음 중 '실증(positive)' 명제는 무엇인가? ① 최저임금은 올리면 안 된다. ② 최저임금이 오르면 (다른 조건이 같을 때) 고용이 감소할 수 있다. ③ 임대료 규제는 서민에게 공정하다.
②는 인과관계를 검증 가능한 형태로 제시한 실증 명제. ①,③은 가치판단(해야/공정)을 포함한 규범 명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