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테이션 & 미시경제학의 질문들
첫 수업에서는 '가격은 왜 오르고, 누가 부담하며, 누가 이득을 보는가?' 같은 일상적 질문을 미시경제학의 언어로 바꾸는 연습을 합니다. 강의 운영 방식과 평가, 그리고 한 학기 동안 사용할 핵심 도구(수요·공급, 선택, 후생)를 개괄합니다.
💡 현실 이슈로 시작하기
배달앱 수수료 인상 논란: 누가 부담하는가?
2025년 국내 주요 배달 플랫폼들이 잇따라 중개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음식점주, 소비자, 플랫폼 간 갈등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음식점주는 "마진이 남지 않는다"고 하고, 소비자는 "배달비가 너무 비싸다"고 말합니다. 플랫폼은 "운영비용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사례 하나에 이번 학기 배울 미시경제학의 거의 모든 핵심 개념이 담겨 있습니다.
- 수수료 인상 → 음식점 비용 증가 → 공급곡선 이동 (5·6주차)
- 소비자가 부담하는 몫 vs. 음식점이 부담하는 몫 → 조세부담 귀착 (6주차)
- 플랫폼의 시장지배력 → 독점/과점 (13주차)
- 플랫폼 vs. 플랫폼의 전략적 선택 → 게임이론 (14주차)
핵심 질문: 수수료를 법으로 제한하면 정말 음식점주와 소비자에게 좋은 일이 생길까요? 미시경제학은 이 질문에 '직관이 아닌 분석'으로 답하는 도구입니다.
📖 직관적 이론 설명
한계혁명(Marginal Revolution, 1870s) — 제번스·멩거·왈라스·마샬
현대 미시경제학은 1870년대 세 명이 독립적으로 제창한 한계혁명에서 시작됩니다. 영국의 W. S. 제번스(1835–1882), 오스트리아의 칼 멩거(1840–1921), 스위스의 레옹 왈라스(1834–1910)는 각각 '재화의 가치는 마지막 한 단위(한계 효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혁명적 명제를 발표했습니다. 이전 고전파(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의 노동가치론을 대체했습니다.
이후 앨프리드 마샬(Alfred Marshall, 1842–1924)이 1890년 《경제학 원리(Principles of Economics)》에서 수요·공급 그래프, 가격탄력성, 소비자잉여 개념을 체계화해 오늘날 배우는 미시경제학의 표준 틀을 완성했습니다.
영국 옥수수법(Corn Laws) 폐지(1846): 리카도 경제학의 정책 승리
19세기 초 영국의 옥수수법(Corn Laws)은 외국산 곡물에 높은 수입관세를 부과해 국내 지주 계층을 보호하는 정책이었습니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이 법이 식품 가격을 올려 도시 노동자·제조업자의 실질임금을 낮추고 지주에게만 이득을 준다는 것을 비교우위 이론과 지대 이론으로 분석했습니다. 1846년 로버트 필 내각이 옥수수법을 폐지하면서 식품 가격이 하락하고 영국 산업혁명이 가속화됐습니다. 경제 이론이 직접 정책을 바꾼 역사적 선례입니다. 이번 학기 배우는 수요·공급, 후생 분석, 조세 귀착이 모두 이 사례에 녹아 있습니다.
경주·포항·울산: 한국 산업사의 살아있는 교과서
동국대 WISE캠퍼스가 위치한 경주는 연간 방문객 약 1,100만 명(2023년 기준)의 대표 관광도시이며, 포항·울산과 함께 한국 산업 발전의 핵심 거점입니다. 이 지역은 이번 학기에 배울 거의 모든 미시경제학 개념의 현장 실험실입니다.
- 경주 황리단길 임대료 상승 → 젠트리피케이션·가격 규제(6주차)
- KTX 신경주역 개통이 부동산에 미친 영향 → 가격 신호(4주차)
- 포항 POSCO 입지 결정(1968) → 기회비용·규모의 경제(3·11주차)
- 포항 열연강판 복점 구조(POSCO·현대제철) → 과점·게임이론(13·14주차)
- 울산 현대자동차 노동시장 → 생산요소 시장·협상력(10주차)
- 경주 숙박업소 비수기 초저가 프로모션 → 이윤극대화·가동 결정(12주차)
여러분, 이번 주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일상 속 경제 현상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인과관계로 얽혀 있습니다. 미시경제학은 이 복잡한 현상을 단순화된 모형(model)으로 분석합니다.
모형이란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만 남기고 나머지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도구입니다. 지도가 실제 지형의 모든 나무와 돌을 표시하지 않아도 유용한 것처럼, 경제 모형도 핵심만 담아냅니다.
① 무엇을 얼마나 생산·소비할 것인가? — 희소한 자원 아래 누가 무엇을 선택하는가.
②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 비용을 최소화하는 기술·투입의 조합은 무엇인가.
③ 누구를 위해 생산할 것인가? — 시장 결과로 후생이 어떻게 분배되는가.
이 세 질문을 한 학기 동안 체계적으로 답해가는 것이 이 강의의 목표입니다. 핵심은 '수요·공급 → 시장균형 → 후생 평가'라는 일관된 분석 흐름을 몸에 익히는 것입니다.
🔢 한 학기 전체 구조 미리보기
현실 이슈 (가격 인상, 규제, 담합 등)
↓ 원인 파악
수요/공급 충격 (누가 무엇을 바꾸는가)
↓ 균형 분석
새로운 가격 & 거래량
↓ 후생 평가
소비자잉여 / 생산자잉여 / 사중손실
이 흐름을 매 주차마다 반복 적용합니다. 처음에는 낯설어도 10주차 이후부터는 자연스럽게 체화됩니다.
📡 현실 해석 역량 강화
미시경제학은 개별 시장을 분석하고, 거시경제학은 국민경제 전체를 분석합니다. 그러나 현실의 이슈는 항상 두 층위가 맞닿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거시변수(이자율)가 바뀌지만, 그 영향은 미시적 경로로 전달됩니다. 기업의 자본비용이 높아지면 투자(설비·고용)가 줄고,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부담이 커지면 소비지출이 감소합니다. 두 시장의 수요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하는 것이죠. 이 강의에서는 미시 원리를 중심으로 하되, 금리·환율·통상정책과 연결되는 지점을 적극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이번 주의 키워드
개인·기업 수준의 선택과 시장 결과를 분석하는 경제학.
현실을 단순화해 핵심 메커니즘을 드러내는 도구.
서로 다른 힘(수요·공급)이 맞물려 더 이상 바뀌지 않는 상태.
최근에 경험한 '가격 인상' 사례 하나를 떠올려 보세요(카페, 배달, 구독 서비스 등). 그 인상은 수요 요인일까요, 공급 요인일까요? 그리고 그 가격은 누가 '결정'한다고 느꼈나요?
힌트: 수요곡선/공급곡선 이동, 비용 충격, 시장지배력(가격결정력), 대체재/보완재
어떤 재화의 가격이 오르자 거래량이 줄었다. 이 사실만으로 '수요가 감소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가능/불가능과 이유를 설명)
불가능. 가격 상승과 거래량 감소는 수요 감소로도 설명되지만, 공급 감소(비용 증가 등)로도 설명된다. 수요/공급 중 무엇이 이동했는지 판단하려면 외생적 충격(원인)에 대한 정보가 추가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