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물가와 인플레이션

Prices and Inflation
제4부 · 거시경제의 세계교재 185 – 200쪽직관의 경제학

월급은 작년과 똑같은데 장을 보고 나면 지갑이 더 빨리 비는 느낌 — 누구나 한 번쯤 겪는다. 통장의 숫자는 줄지 않았는데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줄어든 것이다. 이 조용한 변화의 정체가 인플레이션이다. 제13장에서 물가는 「걷어내야 할 껍데기」였지만, 이 장에서는 그 껍데기 자체가 주인공이다.

학습 목표

  1. 물가와 물가지수의 뜻을 설명할 수 있다.
  2. 물가지수로 인플레이션율을 계산할 수 있다.
  3. 인플레이션의 세 갈래 원인을 구분할 수 있다.
  4.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비용을 평가할 수 있다.

이 장의 지도

여섯 고리
14.1

물가와 물가지수 — 흩어진 값을 하나로

교재 186 – 187쪽

라면 값 하나가 오른 것은 물가 상승이 아니다. 라면이 오르고 배추가 내렸다면 전체는 그대로일 수도 있다.

정리

물가란 개별 상품의 값이 아니라, 한 사회에서 거래되는 상품들의 값을 「전반적으로」 묶어 본 평균적인 수준이다. 그런데 사과와 버스요금과 휴대폰 요금을 어떻게 하나로 평균 낼까 — 여기서 물가지수가 등장한다.

장바구니를 꾸린다종류와 양을 고정
기준연도 값 = 100기준점을 잡는다
올해 같은 장바구니를 다시 계산100과 견주면 지수
물가지수 = (비교연도 장바구니 값 ÷ 기준연도 장바구니 값) × 100

종류와 양을 고정해 두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야 「값의 변화」만 순수하게 잡아낼 수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내용
누가국가데이터처가 매달 조사·발표
무엇을도시 가구가 자주 사는 대표 품목 458개(2020년 기준년)
어떻게단순 평균이 아니라 가중평균 — 지출 비중만큼 가중치(총합 1,000)
가장 무거운 것주거 관련 비용(전세·월세)과 식료품

쌀과 껌이 물가에 미치는 무게가 같을 수 없다. 전월세나 밥상 물가가 오르면 전체 지수가 크게 흔들린다.

용어

물가物價 price level한 사회에서 거래되는 상품들의 값을 전반적으로 묶어 본 평균적인 값의 수준
물가지수物價指數 price index대표 품목들의 값을 지출 비중으로 가중평균해 기준연도를 100으로 놓고 나타낸 숫자
소비자물가지수消費者物價指數 consumer price index (CPI)도시 가구가 자주 사는 대표 품목 458개(2020년 기준)를 지출 비중으로 묶어 매달 재는 지수
[그림 14-1] 물가지수의 원리. 종류와 양을 똑같이 고정한 장바구니를 기준연도(값=100)와 올해에 각각 계산해, 올해 값이 100보다 얼마나 큰지를 지수로 나타낸다. 100 → 118이면 그 기간 물가가 누적 18% 오른 것이다.
더 보기 — CPI와 GDP 디플레이터 — 렌즈의 범위가 다르다

제13장에서 만난 GDP 디플레이터도 물가지수의 하나입니다. 다만 렌즈가 다릅니다.

 CPIGDP 디플레이터
무엇을 재나소비자 장바구니 — 도시 가구가 사는 것 그 나라가 그해 생산한 것 전부
장바구니고정해 두고 해마다 다시 계산고정하지 않는다
구하는 법가중평균명목 GDP ÷ 실질 GDP × 100 — 사후적으로

뉴스에 나오는 「물가 상승률」은 거의 다 CPI를 가리킵니다.

자가진단

물가지수를 만들 때 장바구니의 「종류와 양」을 고정하는 이유는?

14.2

인플레이션 — 오르는 물가의 속도

교재 187 – 189쪽

물가지수가 물가의 「높이」라면, 인플레이션은 그 높이가 올라가는 「속도」다.

정리

인플레이션율(%) = (올해 물가지수 − 작년 물가지수) ÷ 작년 물가지수 × 100
헷갈리기 쉬운 말무슨 뜻예
디스인플레이션물가는 오르되 속도가 느려진다 — 플러스 구간 안의 둔화2022~2025년 한국 5.1% → 2.1%
디플레이션물가가 실제로 내린다 — 인플레이션율이 마이너스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물가를 목표까지 되돌린다30년 만에 2%대를 회복한 일본

「3%에서 2%로 낮아졌다」고 물가가 내린 것이 아니다. 오르는 속도가 느려졌을 뿐 여전히 오르고 있다.

실질임금 = 명목임금 ÷ 물가  ·  실질금리 ≒ 명목금리 − 인플레이션율
피셔 방정식 — 제13장의 명목·실질 구분이 내 지갑으로 들어온 것
왜 0%가 아니라 2%인가이유
디플레이션이 더 무섭다0%를 노리다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치료가 어렵다. 2%는 그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안전거리
금리를 내릴 여력평소 물가와 금리가 어느 정도 높아야 위기 때 내릴 여지가 생긴다
임금이 잘 안 내려간다명목임금은 좀처럼 깎기 어렵다(하방경직성). 완만한 물가 상승이 실질임금을 유연하게 조정할 여지를 준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는 2%다(1998년 도입 · 2016년부터 CPI 기준 2% · 2019년부터 상시 목표).

용어

인플레이션inflation inflation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
디스인플레이션·리플레이션disinflation·reflation disinflation & reflation디스인플레이션 = 물가는 오르되 속도가 느려지는 것. 리플레이션 =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
실질임금·실질금리實質賃金·實質金利 real wage & real interest rate명목값에서 물가 상승분을 걷어낸 값. 실질금리 ≒ 명목금리 − 인플레이션율(피셔 방정식)
[그림 14-2] 인플레이션, 60년의 기록. 왼쪽은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60년 궤적 — 1980년 28.7%로 정점, 1998년 7.5%, 2010년대 0%대, 2022년 5.1%. 초록 점선이 물가안정목표 2%다. 오른쪽은 최근 10년을 한국·미국·일본과 견준 것.
더 보기 — ★ 「예금 금리 3%인데 왜 손해인가」
상황명목금리물가실질금리
평범한 해3%1%+2% — 구매력이 늘었다
물가가 뛴 해3%4%−1% — 이자를 받고도 구매력은 줄었다
「저금리 시대에 예금은 손해」라는 말의 정체가 이것입니다. 같은 원리로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푸념은 실질임금 하락을 가리킵니다 — 월급이 3% 올라도 물가가 4% 오르면 실질임금은 약 1% 줄어든 셈입니다.
더 보기 — ★ 그림이 말해 주는 세 가지
 무엇
첫째지금 「높다」고 느끼는 물가는 역사적으로 결코 높은 편이 아니다. 1970~80년대에는 해마다 20%씩 오르는 것이 예사였고, 1980년에는 28.7%였다
둘째1998년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한 뒤로 출렁임이 눈에 띄게 잦아들었다. 목표를 공표하고 지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기대가 안정되기 때문 — 제16장에서 다시 만난다
셋째2022년의 급등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었다. 미국은 8.0%까지 뛰었고, 30년 디플레이션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일본조차 2%를 넘어섰다 — 값을 올린 힘이 국경 안이 아니라 밖에 있었다는 뜻이다

2022년 한국은 5.1%로 외환위기 직후 1998년(7.5%) 이후 최고였습니다. 그해 석유류 +22.2%, 전기·가스·수도 +12.6%. 이후 2024년 2.3%, 2025년 2.1%로 진정됐다가 2026년 6월 국제유가 반등으로 3.2%까지 되올랐습니다.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동향 ·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제

자가진단

예금 금리가 3%인데 물가가 4% 올랐다. 실질금리는?

자가진단

인플레이션율이 5%에서 2%로 낮아졌다. 물가는?

14.3

인플레이션은 왜 생기나 — 세 갈래 원인

교재 190 – 192쪽

사려는 힘이 세거나(수요견인), 만드는 값이 오르거나(비용인상), 돈이 흔해질 때(화폐적) 물가가 오른다.

정리

먼저 낯선 말부터. 총수요(AD)와 총공급(AS)은 제3장의 수요·공급을 나라 경제 전체로 확대한 것뿐이다. 총수요 = 소비 + 투자 + 정부지출 + 순수출(제13장의 그 네 갈래), 총공급 = 기업들이 만들어 내놓으려는 총량.

그림 읽는 법무엇
가로축나라 전체의 실질 GDP — 세로축이 이미 물가인데 가로축도 명목이면 물가가 두 축에 겹쳐 그림을 읽을 수 없다
세로축물가
두 선이 만나는 점그 나라의 물가와 생산량이 정해진다
선이 통째로 옆으로 밀리면값이 아닌 다른 이유로 사려는(만들려는) 힘 자체가 커지거나 줄었다는 뜻

제3장에서 수요·공급이 만나 가격과 거래량을 정하던 것의 「나라 전체 판(版)」이다.

원인무엇이물가생산이름
① 수요견인총수요가 오른쪽으로 — 소득·정부지출·수출·통화가 늘어↑↑경기 호황기의 「좋은 인플레이션」
② 비용인상총공급이 왼쪽으로 — 원유·원자재·임금이 올라↑↓스태그플레이션
③ 화폐적상품은 그대로인데 돈만 늘어↑—화폐수량설

앞의 둘은 「저울」로, 마지막 하나는 「돈의 양」으로 읽는다.

M × V = P × Y
통화량 × 유통속도 = 물가 × 실질생산 — 화폐수량설
V와 Y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M이 늘어난 만큼 P가 오른다

용어

총수요總需要 aggregate demand (AD)한 나라 전체가 사려는 상품의 총량(소비+투자+정부지출+순수출). 그래프에서 우하향
총공급總供給 aggregate supply (AS)한 나라 전체가 만들어 팔려는 상품의 총량. 그래프에서 우상향
수요견인 인플레이션需要牽引 demand-pull inflation총수요가 총공급보다 빠르게 늘어 물가가 오르는 것. 물가와 생산이 함께 오른다
비용인상 인플레이션費用引上 cost-push inflation원자재·임금 등 생산비가 올라 물가가 오르는 것. 물가↑와 생산↓가 함께 오면 스태그플레이션
화폐수량설貨幣數量說 quantity theory of money돈의 양(M)이 물가(P)를 결정한다는 이론. M×V=P×Y
[그림 14-3] 물가를 올리는 두 힘. 왼쪽은 총수요가 오른쪽으로 밀려 물가와 생산이 함께 오르는 「수요견인」, 오른쪽은 총공급이 왼쪽으로 밀려 물가는 오르는데 생산은 줄어드는 「비용인상」이다.
더 보기 — ★ 「좋은 인플레이션」이라 불리는 이유 — 실제 사례 셋

수요견인을 「좋은 인플레이션」이라 부르는 까닭은 물가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생산·고용·소득이 함께 늘기 때문입니다. 비용인상과 정반대여서 경기가 살아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사례무슨 일이
한국 1986~88
3저(低) 호황
저유가·저금리·저달러가 겹쳐 연평균 12.1% 성장과 사상 첫 경상수지 흑자. 수요가 강했지만 저유가가 물가를 눌러 줘 고성장과 물가 안정이 함께 갔다
미국 1990년대 후반
골디락스 경제
성장률 연 4% 안팎, 실업률 5.6% → 4.0%로 거의 완전고용인데도 생산성 향상 덕에 물가는 1~2%대 —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
일본 2020년대 30년 디플레이션 끝에 물가가 2%대로 오르자 이를 「병」이 아니라 「회복의 신호」로 환영했다
다만 「좋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조건부입니다. 수요가 생산 능력을 크게 앞지르면 물가가 과열돼 고인플레이션으로 번지고, 그러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 결국 경기를 식혀야 합니다. 수요견인도 「완만할 때만」 좋습니다.
더 보기 — 스태그플레이션 — 상식이 무너진 자리

원유·원자재 값이 뛰면 기업의 생산비가 올라 같은 물건을 더 비싸게 내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는 물가가 오르는데 생산과 고용은 오히려 줄어드는 고약한 조합이 나타납니다.

물가 상승(inflation)과 경기 침체(stagnation)가 겹친 이 상태를 스태그플레이션이라 부릅니다.

교과서적 사례가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입니다. 원유값이 폭등하자 세계 경제는 물가는 치솟는데 성장은 멈추는 상태에 빠졌고, 「물가가 오르면 경기가 좋다」던 기존 상식이 무너졌습니다.

우리 가까이에서는 2022년이 그랬습니다 —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유가 급등이라는 공급 충격이 물가를 5.1%까지 밀어올렸습니다.

더 보기 — 「돈을 그냥 찍어 나눠 주면 안 될까」

순진해 보이는 이 질문의 답이 인플레이션의 핵심을 관통합니다.

세상에 상품은 그대로인데 돈만 두 배로 풀리면, 돈 한 장의 값어치가 떨어져 결국 값이 오릅니다. 화폐수량설 M×V = P×Y가 그것입니다.

통화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라고 한 말이 이 통찰을 압축합니다. 뒤에서 볼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정부가 재정을 메우려 돈을 마구 찍었을 때 이 원리가 극단으로 치달은 참사입니다.

자가진단

국제 원자재값이 급등해 생산비가 올라 물가가 뛰었다. 이것은?

14.4

인플레이션의 비용과 두 극단

교재 192 – 195쪽

비용을 가르는 기준은 「얼마나 올랐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예상되었는가」다.

정리

[A] 완전히 예상해도 남는 비용무엇
구두창 비용물가가 오를 걸 알면 현금은 가만히 앉아 값이 깎이는 자산이 된다. 잔고를 줄이고 자주 찾으러 다니는 발품 — 1923년 독일에서는 하루 두 번 임금을 받아 즉시 뛰어나가 물건을 샀다
메뉴 비용식당은 메뉴판을, 마트는 가격표를, 기업은 카탈로그와 전산을 계속 고쳐야 한다
상대가격의 왜곡 ★모든 값이 같은 날 같은 비율로 오르지 않는다. 제3장에서 값은 「무엇이 귀한지 알려 주는 신호」였는데 그 신호에 잡음이 낀다 — 경제학이 가장 무겁게 보는 대목
명목 기준 과세세금은 명목 숫자에 매겨진다. 물가 0%에 이자 2%면 실질 2%에 과세, 물가 4%에 이자 6%면 실질은 똑같이 2%인데 세금은 6% 전체에

이 넷은 모두가 물가를 정확히 예상해도 남는 비용이다.

[B] 예상을 빗나갈 때무엇
부의 자의적 재분배 ★실제 물가가 짐작을 넘어서면 빌려준 사람은 손해, 빌린 사람은 이득. 연금·예금 생활자, 특히 노년층이 가장 큰 피해자 — 그래서 「법으로 매긴 적 없는데 조용히 걷어 가는 세금」이라 부른다
불확실성과 위험 프리미엄물가가 얼마나 오를지 모르면 장기 계약이 도박이 된다. 물가의 높이보다 물가의 흔들림이 더 해롭다
인플레이션 조세한 나라에서 빚이 가장 많은 주체는 대개 정부다. 물가가 예상 밖으로 오르면 국채의 실질 가치가 줄고 화폐 발행 이익까지 생긴다 — 국회 표결을 거치지 않고 걷히는 세금

중앙은행이 지키려는 것은 「낮은 물가」 자체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물가」다 — 비용 대부분이 예측이 빗나갈 때 커지기 때문이다.

정도의 문제 — 어디부터 병인가기준성격
완만한 인플레이션연 2% 안팎대부분의 중앙은행이 목표로 삼는 구간
고인플레이션연 두 자릿수장기 계약과 저축이 흔들린다
하이퍼인플레이션월 50% 이상화폐가 제 기능을 잃는다 (케이건 1956년 기준)
디플레이션마이너스반대쪽 낭떠러지 — 인플레이션보다 치료가 어렵다

물가는 너무 내려도, 너무 올라도 병이 된다. 건강한 지점은 0이 아니라 완만한 플러스, 약 2%다.

용어

인플레이션 조세inflation tax inflation tax정부가 화폐를 발행해 재정을 메울 때 돈의 값이 떨어져 화폐를 지닌 국민이 사실상 부담하게 되는 비용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 hyperinflation물가가 통제 불능으로 폭주하는 극단적 인플레이션. 대략 월 50% 이상(케이건, 1956)
디플레이션deflation deflation물가가 지속적으로 내리는 현상. 부채 부담 증가·금리 하한·임금 하방경직성이 겹쳐 치료가 어렵다
화폐 환상貨幣 幻想 money illusion명목 숫자에 눈이 가려 실질 구매력의 변화를 놓치는 인지적 착시
[그림 14-4] 물가의 스펙트럼. 물가는 너무 내려도(디플레이션), 너무 올라도(하이퍼인플레이션) 병이 된다. 중앙은행이 겨냥하는 건강한 지점은 0이 아니라 완만한 플러스, 약 2%다.
더 보기 — ★ 하이퍼인플레이션 — 왜 생기고, 어떻게 진행되고, 어떻게 끝나나
단계무슨 일이
① 왜 생기나 전쟁·정변·경제 붕괴로 세금이 걷히지 않는데 정부는 당장 쓸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장 손쉬운 길 — 돈을 「찍어서」 재정을 메운다
② 어떻게 진행되나 돈을 찍음 → 물가 상승 → 정부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해 또 찍음 → 물가 더 상승. 게다가 사람들이 「돈을 쥐고 있으면 손해」임을 깨닫는 순간 월급을 받자마자 물건으로 바꿔 버려, 돈이 도는 속도(V)마저 폭발한다
③ 어떻게 끝나나 끝은 늘 화폐경제의 붕괴다. 옛 화폐를 버리고 새 화폐로 갈아타거나(화폐개혁), 아예 외국 돈을 쓴다. 저축이 증발하고 중산층이 무너진다
역사가 남긴 숫자얼마나
헝가리 1946물가가 약 15시간마다 두 배 — 인류 역사상 최악
바이마르 독일 1923약 3.7일마다 두 배. 베를린의 빵 한 덩이가 2,000억 마르크
짐바브웨 2008월 약 796억%. 사상 최대 액면 100조 달러 지폐
그런데 이것은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2026년 현재도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물가(IMF 전망 약 387%)로 근 10년째 위기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반대로 희망적인 반전도 있습니다 — 아르헨티나는 2023년 말 211%로 세계 1위였지만, 신규 화폐 발행을 멈추고 재정을 졸라매자 2024년 117.8%를 거쳐 2025년 31.5%까지 떨어졌습니다. 8년 만의 최저이자 현대 경제사에서 손꼽히게 빠른 물가 안정입니다.

IMF 세계경제전망 2026 · KOTRA · 경제사 문헌 종합

더 보기 — ★ 디플레이션 — 물가가 내리는데 왜 더 무서운가

흔히 「값이 더 내릴 것 같으니 소비를 미룬다」로 설명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일본이 왜 30년을 헤맸는지 설명되지 않습니다. 진짜 이유는 셋입니다 — 공교롭게도 셋 다 「왜 0%가 아니라 2%인가」를 물을 때 이미 만난 것들입니다.

이유무엇
① 부채 디플레이션 빚의 액수는 명목으로 고정인데 물가와 소득·자산 값이 내리면 같은 100만 원도 더 「큰돈」이 된다. 갚으려고 자산을 팔면 자산 값이 더 내려 부담이 더 무거워지는 악순환 — 어빙 피셔가 대공황을 분석하며 1933년에 지목했다
② 명목금리의 하한 명목금리는 0 아래로 크게 못 내린다. 물가가 −1%라면 명목금리를 0까지 낮춰도 실질금리는 +1%로 굳는다 — 경기가 나쁠수록 돈값이 오히려 비싸지는 역설. 제16장의 양적완화가 이 벽을 우회한 수단이다
③ 임금 하방경직성 임금은 좀처럼 깎이지 않는다. 물가가 내리면 명목임금이 그대로여도 실질임금은 저절로 올라 기업은 사람을 줄여 대응한다 — 물가 하락이 곧장 고용 감소로
전형적 사례가 일본입니다. 1990년대 초 자산 거품이 꺼진 뒤 소비 위축 → 물가 하락 → 임금 동결의 악순환에 갇혀 「잃어버린 30년」을 보냈습니다. 그 30년간 명목 GDP는 겨우 16.3% 느는 데 그쳤습니다.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 그래서 중앙은행이 왜 0%가 아니라 2%를 목표로 두는지 — 를 일본이 30년에 걸쳐 보여 준 셈입니다.

자가진단

예상하지 못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누가 이득을 보는가?

자가진단

디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보다 다루기 어려운 이유로 교재가 든 것이 아닌 것은?

14.5

숫자로 보는 실제 사례 — 다섯 장면

교재 196 – 197쪽

각 장면은 「그때 물가가 어땠나」와 「그래서 어떻게 됐나」까지 함께 본다.

정리

사례무슨 일이시간이 지난 뒤
① 한국 2022
24년 만의 최고 물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유가 급등이 겹쳐 소비자물가 +5.1%. 석유류 +22.2%, 전기·가스·수도 +12.6%한국은행의 잇단 금리 인상과 유가 안정으로 2024년 2.3%, 2025년 2.1%로 목표 부근까지 진정
② 짜장면 60배
반세기 누적
한 그릇 값이 1970년 약 100원 → 2023년 전국 평균 약 6,361원최근 상승의 직접 원인은 주재료 8개 품목이 5년 새 평균 55.3% 오른 것 — 완만해 보이는 연 몇 %도 오래 쌓이면 값을 통째로 바꿔 놓는다
③ 바이마르 독일 1923
3.7일마다 두 배
1차대전 배상 부담 속 화폐 남발 → 10월 월 상승률 약 29,500%, 베를린 빵 한 덩이 2,000억 마르크그해 말 새 화폐(렌텐마르크) 도입과 발행 중단으로 진정. 그러나 중산층 저축이 증발한 충격은 깊은 정치적 후유증을 남겼다
④ 짐바브웨 2008
100조 달러 지폐
월 물가상승률 약 796억%. 중앙은행은 사상 최대 액면 100조 달러 지폐까지 찍었다2009년 정부는 결국 자국 통화를 사실상 포기하고 미국 달러 등 외국 통화를 쓰기로 했다 — 돈을 너무 많이 찍은 끝에 「돈」 자체가 버려진 것
⑤ 일본
반대편 낭떠러지
자산 거품 붕괴 후 소비 위축 → 물가 하락 → 임금 동결의 악순환. 30년간 명목 GDP가 겨우 +16.3%2020년대 들어 물가가 목표 2%를 여러 해 웃돌며 탈출 조짐. 그러나 오랜 디플레이션 심리를 되돌리는 일은 여전히 더디다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동향 · 경제사 문헌 · 일본 내각부 종합

14.6

사슬을 한눈에 — 화폐로 잰 세상의 온도

교재 197 – 200쪽

물가는 화폐로 잰 세상의 온도다 — 너무 뜨거워도, 너무 차가워도 탈이 난다.

정리

1
물가지수
price index

흩어진 수십만 개의 값을 하나의 숫자로 묶는 법.

2
인플레이션
inflation

물가가 오르는 「속도」. 목표는 0이 아니라 2%.

3
세 갈래 원인
three causes

수요견인 · 비용인상 · 화폐적 현상.

4
비용과 두 극단
costs & extremes

예상이 빗나갈 때가 진짜 비용. 폭주와 얼어붙음.

관찰적용결론
마트 장바구니가 작년보다 눈에 띄게 비싸다개별 품목이 아니라 전반적 물가 → CPI로 확인라면 하나 오른 것과 물가가 오른 것은 다르다
예금 이자 3%인데 구매력은 준 것 같다실질금리 = 명목금리 − 인플레이션율물가가 4%면 실질금리는 약 −1%. 저축·투자 판단은 실질로
기름값 급등, 물가↑ 경기↓공급 충격 → 비용인상 →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잡자니 경기가, 경기 살리자니 물가가」 걸리는 어려운 국면
뉴스에 「디플레이션 우려」물가 하락 악순환 + 부채의 실질 부담 증가물가가 내리는 것도 병이다. 그래서 목표가 0%가 아니라 2%

배운 개념은 뉴스의 물가 숫자에 대어 볼 때 비로소 살아난다.

다음 장은 거시의 세 번째 기둥, 실업이다. 이 장에서 본 임금의 하방경직성과 효율임금(제10장)이 거기서 다시 핵심 열쇠가 된다.

함께 풀기

교재 제14장 끝의 네 계단 문항입니다. 강의실에서 함께 풉니다. 「진행 힌트」는 교수용이니 눌러야 열립니다.

1단계 · 대입

최근 1년 사이 값이 눈에 띄게 오른 것과 거의 그대로인 것을 각각 셋씩 적으라. 그리고 「물가가 올랐다」고 말할 수 있는지 판정하라.

오른 것내리거나 그대로인 것내 체감 물가는CPI는 무엇이라 하나
학생들의 체감과 통계가 어긋나는 이유를 끌어내는 활동입니다. 학생들은 자주 사는 것(음식·커피·교통)만 기억하는데, CPI에는 잘 안 사는 것도 들어 있습니다. 반대로 가장 무거운 가중치가 주거비인데 자취를 안 하는 학생은 그 부담을 체감하지 못합니다. 「그럼 통계가 틀린 건가요?」에는 — 「틀린 게 아니라 다른 장바구니를 재고 있다」고 답해 주십시오.
2단계 · 해부

아래 세 상황에서 실질금리와 실질임금을 구하고, 이득인지 손해인지 판정하라.

상황명목물가실질이득? 손해?
예금 금리 3% · 물가 1%
예금 금리 3% · 물가 4%
월급 인상 3% · 물가 4%
두 번째와 세 번째가 핵심입니다. 둘 다 −1%인데 학생들은 「월급이 올랐는데 왜 손해예요?」라고 반응합니다. 바로 그 반응이 화폐 환상입니다 — 명목 숫자에 눈이 가려진 것이지요. 「그럼 물가가 4%일 때 월급이 몇 % 올라야 본전인가요?」로 밀어붙이면 스스로 답을 찾습니다. 제29장 행동경제학의 예고편이기도 합니다.
3단계 · 전망

인플레이션율이 목표 2%를 크게 웃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순서대로 전망하고, 부작용도 적으라.

단계무엇이 어떻게왜
금리를 올리면
소비와 투자는
총수요는
물가는
「그럼 왜 진작 안 올렸나요?」가 반드시 나옵니다. 그때 부작용 칸으로 데려가십시오 — 경기 둔화, 실업 증가, 가계 이자 부담, 자산 가격 하락. 「물가를 잡는 데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 이 활동의 결론입니다. 2022년 한국은행이 실제로 한 일이라는 걸 알려 주고, 그 결과 2025년 2.1%까지 내려왔다는 것을 함께 보여 주면 실감합니다.
4단계 · 토론

인플레이션은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불리한가? 채권자·채무자, 봉급생활자·자산가를 나눠 토론하라. 그리고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만 올랐다」는 불만이 왜 그렇게 흔한지 이야기하라.

「인플레이션 = 모두에게 나쁜 것」이라는 단순한 도식을 깨는 자리입니다. 4인 조로 나눠 「이득 보는 쪽」(빚 많은 사람·정부·실물 자산가)과 「손해 보는 쪽」(예금·연금 생활자·고정급 노동자)을 맡기십시오. 가장 큰 채무자가 정부라는 것을 꺼내면 「인플레이션 조세」의 뜻이 살아납니다. 두 번째 물음에서는 임금이 물가보다 늦게, 그리고 한 번에 조정된다는 점을 짚어 주십시오 — 물가는 매일 오르지만 월급은 1년에 한 번 오릅니다.

이번 주 뉴스

교재의 사례는 실린 시점의 것입니다. 그때와 지금이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오늘의 첫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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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용어

시험 전에 이 목록만 훑어도 됩니다. 막히면 옆의 쪽수로 돌아가십시오.

물가物價 price level한 사회에서 거래되는 상품들의 값을 전반적으로 묶어 본 평균적인 값의 수준186 – 187쪽
물가지수物價指數 price index대표 품목들의 값을 지출 비중으로 가중평균해 기준연도를 100으로 놓고 나타낸 숫자186 – 187쪽
소비자물가지수消費者物價指數 consumer price index (CPI)도시 가구가 자주 사는 대표 품목 458개(2020년 기준)를 지출 비중으로 묶어 매달 재는 지수186 – 187쪽
인플레이션inflation inflation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187 – 189쪽
디스인플레이션·리플레이션disinflation·reflation disinflation & reflation디스인플레이션 = 물가는 오르되 속도가 느려지는 것. 리플레이션 =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187 – 189쪽
실질임금·실질금리實質賃金·實質金利 real wage & real interest rate명목값에서 물가 상승분을 걷어낸 값. 실질금리 ≒ 명목금리 − 인플레이션율(피셔 방정식)187 – 189쪽
총수요總需要 aggregate demand (AD)한 나라 전체가 사려는 상품의 총량(소비+투자+정부지출+순수출). 그래프에서 우하향190 – 192쪽
총공급總供給 aggregate supply (AS)한 나라 전체가 만들어 팔려는 상품의 총량. 그래프에서 우상향190 – 192쪽
수요견인 인플레이션需要牽引 demand-pull inflation총수요가 총공급보다 빠르게 늘어 물가가 오르는 것. 물가와 생산이 함께 오른다190 – 192쪽
비용인상 인플레이션費用引上 cost-push inflation원자재·임금 등 생산비가 올라 물가가 오르는 것. 물가↑와 생산↓가 함께 오면 스태그플레이션190 – 192쪽
화폐수량설貨幣數量說 quantity theory of money돈의 양(M)이 물가(P)를 결정한다는 이론. M×V=P×Y190 – 192쪽
인플레이션 조세inflation tax inflation tax정부가 화폐를 발행해 재정을 메울 때 돈의 값이 떨어져 화폐를 지닌 국민이 사실상 부담하게 되는 비용192 – 195쪽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 hyperinflation물가가 통제 불능으로 폭주하는 극단적 인플레이션. 대략 월 50% 이상(케이건, 1956)192 – 195쪽
디플레이션deflation deflation물가가 지속적으로 내리는 현상. 부채 부담 증가·금리 하한·임금 하방경직성이 겹쳐 치료가 어렵다192 – 195쪽
화폐 환상貨幣 幻想 money illusion명목 숫자에 눈이 가려 실질 구매력의 변화를 놓치는 인지적 착시192 – 195쪽

참고자료 · 출처

모든 수치는 발표 시점을 함께 적었습니다. 시간이 지난 뒤 인용할 때는 최신 자료로 확인하십시오.

  •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동향」2022년 +5.1%(1998년 +7.5% 이후 최고 · 석유류 +22.2% · 전기가스수도 +12.6%) · 2024년 +2.3% · 2025년 +2.1% · 2026년 6월 +3.2%
  •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제」1998년 도입 · 2016년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 2% · 2019년부터 적용 기간 없이 상시 2% 목표
  •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조사」CPI는 2020년 기준년 대표품목 458개를 가계소비지출 비중에 따른 가중치(총합 1,000)로 가중평균
  • 세계은행(World Bank), 「소비자물가 상승률(연간 %)」한국 1966~2025년 · 미국·일본 2015~2024년. 1980년 한국 28.7% · 2022년 미국 8.0%
  • Cagan, P., “The Monetary Dynamics of Hyperinflation” (1956), in M. Friedman(ed.)하이퍼인플레이션의 「월 50% 이상」 기준
  • Fisher, I., Econometrica, 1(4), 337–357 (1933)“The Debt-Deflation Theory of Great Depressions” — 부채 디플레이션. 피셔 방정식(1911)
  • IMF, World Economic Outlook 2026베네수엘라 물가 전망 약 387%(세계 최고) · 아르헨티나 2023년말 211.4% → 2024년 117.8% → 2025년 31.5%(8년 만의 최저)
  • 한국은행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 Brookings · 미 노동통계국, 수요견인 사례한국 3저 호황(1986~88 연평균 12.1% 성장·사상 첫 경상흑자) · 미국 1990년대 후반 골디락스(성장 약 4%, 실업 5.6%→4.0%, 물가 1~2%)
  • 일본 내각부 · 언론 종합, 「잃어버린 30년」1990년대 초 자산 거품 붕괴 후 30년간 명목 GDP 약 +16.3%